[첩보계 사료] '프랑스 경찰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사찰 문서' 발견
1920-40년대 프랑스에서 활약하며 일제 식민통치의 부당함을 알린 독립운동가 서영해 지사에 대한 현지 경찰의 사찰 보고서가 발견됐다. 프랑스에서의 독립운동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는 서 지사의 국제적 활약상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희귀사료라는 평가다.
현지시간 17일 재불 독립운동사학자 이장규씨(파리7대 한국학 박사과정) 등은 최근 프랑스경찰문서보관소에서 1936년에 현지 경찰이 작성한 '서영해 사찰 문건'을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했다.
프랑스 경찰이 서 지사를 사찰한 이유는 인도차이나 등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두고 있던 프랑스가 자국에서 활동하는 식민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주시한데 따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발견된 문서는 파리 경찰서장 명의로 1936년 11월 23일 작성돼 프랑스 내무부 산하 정보국장과 경찰청장에게 송부된 1장짜리 보고서다. 파란 잉크로 타이핑된 이 문서에는 출생 사항(1904년 부산 출신의 독신 한국인), 프랑스 입국 시점(1920년 12월 13일), 프랑스 대학에서 수학한 내용(언론학 학위 취득), 파리에서의 언론,정치활동 등이 기술돼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서 지사가 1928-29년 잡지 '유럽'(L'Europe)과 문학잡지 '세계'(Monde)와 협력했다고 언급돼 있고 '반파쇼 반전 투쟁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고 기술됐다. 서영해의 반파쇼반전투쟁위원회 참여와 함께 일한 언론사가 어디였는지 등은 그동안 규명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서 지사에 대해 "정치적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다른 것은 없었고, 프랑스 공화국에 대한 태도도 여전히 괜찮다"고 평가했다.
문서를 발견한 이장규 씨는 "서영해는 이 무렵 신문에 많은 글을 기고했는데 프랑스의 자유정신에 의거해 프랑스인들에게 정의와 양심을 촉구했다"면서 "경찰 보고서도 그런 점을 제대로 짚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영해 지사는 유럽에서의 독립운동 공적이 인정돼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독립운동가로, 17세에 부산에서 3.1운동에 참여한 뒤 중국을 거쳐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프랑스 통신원으로 활약했다. 이후 파리에서 언론,출판사인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프랑스어로 된 역사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을 출판하기도 했다.
또 임시정부 초대 주불대표를 지내고 1947년 해방 이후 귀국해 문화부문에 힘을 쏟다가 1956년 상하이 인성학교에 근무하던 중 행방불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