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파이] 블라디미르 자이모프: 불가리아의 소련 스파이
블라디미르 자이모프(Vladimir S. Zaimov: 1888-1942)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소련의 붉은 군대를 위해 활동한 스파이다. 불가리아에서는 반역자로 처형됐지만 소련에서는 사후 영웅 칭호를 받았다.
자이모프는 1888년 불가리아 왕국의 서부 도시인 큐스텐딜(Kyustendil)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왕국의 군인이면서 저명한 정치가였고, 어머니는 귀족 가문 출신이다.
그는 1907년 왕립대학을 졸업하고 1912년 발칸전쟁이 발발하면서 참전해 실전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이어 1914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참전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장교로 진급한 그는 1927년 불가리아에 포병부대를 창설하며 군내 실력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소련의 확장과 나치의 득세 사이에서 왕실이 히틀러 편에 서자 이에 반발해 소련을 지지하면서 전역 당하고 투옥되기도 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드리워지던 1939년 1월 소피아 주재 소련 대사관의 무관에 협력해 나치에 저항하기로 한다. 이때 자이모프는 불가리아 동부 도시인 바르나를 근거지로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를 잇는 강력한 첩보망을 구축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이 시기 그의 정보원 중에는 헤르만 괴링(Hermann Goering)의 담당 치과의사인 마가리에프를 비롯해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의 부하였던 크노테 박사, 베를린 공격기 연대장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작전 과정에서 슬로바키아 조직이 적발되면서 꼬리가 잡혔고 결국 1942년 3월 불가리아 경찰에 체포된다. 이에 왕실에 사면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하면서, 그해 6월 소피아(Sofia)에서 총살형에 처해졌다.
1972년 소련은 그에게 레닌 훈장 및 적기, 영웅 훈장 등을 각각 수여하며 전시 공로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