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ZINE
[세계의 스파이] 윌리엄 멜빌: 근현대 영국 첩보기관의 선구자 본문
윌리엄 멜빌(William Melville: 1850-1918)은 주로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활약한 인물로 근현대 영국 첩보 및 정보기관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1850년 아일랜드 남부 켈리주 스님(Sneem)이라는 도시에서 빵집 아들로 태어나 1860년대까지 이곳에서 성장했다. 이후에는 런던으로 이주해 가업으로 빵집을 운영하던 중 1872년 런던 경시청에 채용되면서 경찰관으로 입문한다.
1879년 케이트 올렐리라는 여성을 만나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비슷한 시기 경찰 내부에서 항명파동이 벌어져 해고됐다. 하지만 1882년 복직해 같은해 신설된 아일랜드 특별부(SIB)에 배속된다.
SIB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활동하던 아일랜드 공화동맹(IRB)를 단속하기 위해 설립된 부서였다. 당시 SIB는 아일랜드 측의 테러를 막기 위해 해외에도 첩보망을 구축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멜빌은 1884년 프랑스 루아블에 파견돼 관련 임무를 수행했다.
1887년 경 SIB는 내각에서 아일랜드를 담당하던 조사원과 수사방침을 두고 대립하면서 내무부 직속 '런던 경시청 특별부(Special Branch)'로 흡수되며 정보 및 수사 기능이 통합됐다.
그러나 멜빌은 1888년까지 프랑스에 남아 아서 밸포어(Arthur Balfour) 암살계획을 입수해 수사를 벌이는 등 활약했다. 곧이어 런던으로 돌아와 영국에 머물던 페르시아 왕(Shah of Persia)의 호위를 맡는 등 중책에 기용되기 시작했고,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암살계획을 분쇄하는데 공헌했다.
1891년부터 그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져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체포에 나서면서, 월숄음모(Walsall Plot)를 밝혀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893년에는 런던 경시청 특별부 수장에 오르며 고공의 날개를 달기 시작했고,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검거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빅토리아역을 폭파하려던 시오두르 뮤니에르를 직접 체포했고, 1896년에는 러시아 무정부주의 협력자이면서 훗날 MI6의 전설적 스파이로 이름을 남기는 시드니 라일리(Sidney Reilly)를 포섭, 채용하는데 성공했다.
1901년에는 빅토리아 여왕 장례식 기간 영국을 방문한 독일제국의 빌헬름 2세를 상대로 음모가 진행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독일 정보국과 합동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1903년 정세가 급변해 독일과의 관계가 얼어붙기 시작했고, 이에 멜빌은 정부에 국내 방첩조직의 설치를 강하게 건의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대영제국 방위위원회가 군 작전부에 방첩임무를 주로하는 제3과(MO3)를 신설하게 된다.
멜빌은 곧장 특별부를 사임하고 비밀리에 MO3로 자리를 옮겨 런던의 허름한 아파트에 위장 사무실을 차리고 '윌리엄 모건(William Morgan)'이라는 가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MO3는 얼마 후 MO5로 재지정됐는데, 이 조직이 바로 현재 영국의 공안방첩 및 국내 정보기관인 MI5의 모체다.
그렇다고 그의 활동이 국내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1906년에 멜빌은 대독 첩보 수집을 위해 함부르크의 맥주 양조장을 인수해 거점으로 삼았고, 많은 협력자를 포섭했다.
이후 1909년 대영제국 정보위에 의해 비밀정보국(Secret Service Bureau)이 만들어져 국내부는 육군 장성 버논 켈(Vernon Kell)이, 대외부는 해군제독 맨스필드 커밍(Mansfield Cumming)이 각각 수장을 맡아 운영했다.
멜빌은 국내부에 편입돼 방첩임무를 지속했다. 1914년 8월에는 독일 스파이 조직의 거점인 칼 구스타브 에른스트의 이발관을 알아내 감시활동을 펼쳤고, 육군부 인근 화이트 홀코트에 스파이 학교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후 1916년 비밀정보국(SSB)이 MI5와 MI6로 나뉘면서 비로소 현대적 정보체계를 갖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멜빌은 1918년 2월 심부전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조직의 전성기를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첩보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첩보계 동향] EU 국방장관들, 합동 '스파이 양성학교' 설립 합의 (0) | 2018.12.06 |
---|---|
[세계의 스파이] 해리 톰슨: 일본을 도운 미국인 (0) | 2018.12.06 |
[세계의 스파이] 프란츠 폰 린텔렌: 독일제국의 파괴공작 전문가 (0) | 2018.12.04 |
[스파이 전쟁] 오스트리아vs러시아, 퇴역장교 스파이 혐의 체포 '갈등' (0) | 2018.12.03 |
[첩보계 동향] 덴마크 정보국 "이란정보기관 소행 의심 민간인 공격 발생" (0) | 2018.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