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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스파이] 프란츠 폰 린텔렌: 독일제국의 파괴공작 전문가 본문
프란츠 폰 린텔렌(Franz von Rintelen: 1878-1949)은 독일제국 시절 해군정보국에 소속돼 활약한 첩보원이다. 주로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맹활약했으며, 폭파 및 파괴공작에 능했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의 태생과 성장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해지지 않지만 금융업이 가업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고, 영어에도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6년에는 당시 독일의 2대 은행으로 꼽히는 은행(Disconto-Gesellschaft)에서 미국 측 대리인으로 일하며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경위로 해군정보국(German Naval Intelligence)에 들어갔고, 더욱 폭파 전문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전해진 바가 전혀 없다. 린텔렌이 첩보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1915년으로 이때 유럽은 1차 대전의 포화에 휩싸여 있었다.
이에 독일은 미국이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영국 등 연합국에 무기 및 전쟁물자를 수출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 공작에 들어간다. 이 공작의 총책임자는 해군 무관 프란츠 파펜(Franz Papen)이었지만, 독일은 작전이 지지부진하자 1915년 4월 린텔렌을 은행가로 위장시켜 미국으로 침투하도록 했다.
그는 뉴욕에 상륙한 직후 특수공작원 하인리히 알베르트 등과 화기 취급업체를 만들고, 탄환의 재료가 되는 무연화약(smokeless powder)을 닥치는대로 사들여 미국이 전쟁물자를 수출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또 같은 시기 독일인 화학자와 함께 시가 형태의 이른바 '담배폭탄(cigar bomb)'을 고안하게 된다. 길쭉한 형태로 '연필폭탄'으로도 알려진 이 폭발물은 철로 된 주조물에 도화선을 말아 시간을 지연하는 일종의 시한폭탄이었다.
린텔렌은 이 폭탄을 이용해 36척의 미국 상선에서 화재가 일어나도록 했고 1천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이어 군수업체 노동자들을 규합해 노동평화평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파업과 태업을 배후에서 주도하는 등 군수산업에 차질을 빚도록 조장했다. 아울러 린텔렌은 멕시코의 독재자 빅토리아노 후에르타(Victoriano Huerta)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미국을 침공하도록 부추겼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활약은 작전 총책임자였던 파펜의 심기를 건드렸고, 파펜은 베를린에 린텔렌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전보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파펜과의 갈등으로 린텔렌은 1915년 말경 독일로 귀국하던 중 영국 해군에 붙잡혀 억류됐다. 파펜이 베를린에 보낸 전보를 영국 해군정보국 암호해독팀(Room 40)이 중간에서 가로채 린텔렌의 동선을 파악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후 영국에서 얼마간 억류된 뒤 미국으로 인도돼 유죄를 선고 받아 3년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수감됐다. 전쟁이 끝나고 1920년 독일로 돌아왔지만, 이미 잊혀진 인물로 취급 받는 등 고국의 냉대에 결국 영국 이주를 택한다.
1933년 린텔렌은 첩보원 시절을 회고한 '어둠의 침략자(The Dark Invader)'라는 저서를 출간하는 등 활동을 펴다 1949년 5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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